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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18에서는 상속을 염두에 두지 않고 설계했고 상속할 때의 위험을 경고했다. 그렇다면 상속을 고려한 설계와 문서화란 정확히 무얼 뜻할까?

우선, 메서드를 재정의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정확히 정리하여 문서로 남겨야 한다. 즉, 상속용 클래스는 재정의할 수 있는 메서드들을 내부적으로 어떻게 이용하는지 문서로 남겨야 한다. 클래스의 API로 공개된 메서드에서 클래스 자신의 또 다른 메서드를 호출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마침 호출되는 메서드가 재정의 가능한 메서드라면 그 사실을 호출하는 메서드의 API 설명에 적시해야 한다. 덧붙여서 어떤 순서로 호출하는지, 각각의 호출 결과가 이어지는 처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담아야 한다('재정의 가능'이란 public과 protected 메서드 중 final이 아닌 모든 메서드를 뜻한다). 더 넓게 말하면, 재정의 가능 메서드를 호출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문서로 남겨야한다. 예를 들어 백그라운드 스레드나 정적 초기화 과정에서도 호출이 일어날 수 있다.

API 문서의 메서드 설명 끝에는 종종 "Implementation Requirements"로 시작하는 절을 볼 수 있는데, 그 메서드의 내부 동작 방식을 설명하는 곳이다. 이 절은 메서드 주석에 @implSpec 태그를 붙여주면 자바독 도구가 생성해준다. 예를들어 java.uril.AbstractCollection의 주석을 살펴보자.

public boolean remove(Object o)

주어진 원소가 이 컬렉션 안에 있다면 그 인스턴스를 하나 제거한다(선택적 동의).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 컬렉션 안에 'Object.equals(o, e)가 참인 원소' e가 하나 이상 있다면 그중 하나를 제거한다. 주어진 원소가 컬렉션 안에 있었다면(즉, 호출 결과 이 컬렉션이 변경됐다면) true를 반환한다.
Implementation Requirements: 이 메서드는 컬렉션을 순회하며 주어진 원소를 찾도록 구현되었다. 주어진 원소를 찾으면 반복자의 remove 메서드를 사용해 컬렉션에서 제거한다. 이 컬렉션이 주어진 객체를 갖고 있으나, 이 컬렉션의 iterator 메서드가 반환한 반복자가 remove 메서드를 구현하지 않았다면 UnsupportedOperationException을 던지니 주의하자.

이 설명에 띨,먄 iterator 메서드를 재정의하면 remove 메서드의 동작에 영향을 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iterator 메서드로 얻은 반복자의 동작이 remove 메서드의 동작에 주는 영향도 정확히 설명했다. 아이템 18에서는 HashSet을 상속하여 add를 재정의한 것이 addAll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는데, 매우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런 식은 "좋은 API 문서란 '어떻게'가 아닌 '무엇'을 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라는 격언과는 다른 것처럼 보인다. 이는 상속이 캡슐화를 해치기 때문에 일어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클래스를 안전하게 상속할 수 있도록 하려면 내부 구현 방식을 설명해야만 한다. @implSpec 태그는 자바 8에서 처음 도입되어 자바 9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태그가 기본 값으로 활성화되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자바 11의 자바독에서도 선택사항으로 남겨져있다. 이 태그를 활성화하려면 명령줄 매개변수로 -tag "impleSpec:a:Implementation Requirements:"를 지정해주면 된다.

이처럼 내부 메커니즘을 문서로 남기는 것만이 상속을 위한 설계의 전부는 아니다. 효율적인 하위 클래스를 큰 어려움 없이 만들 수 있게 하려면 클래스의 내부 동작 과정 중간에 끼어들 수 있는 훅(hook)을 잘 선별하여 protected 메서드 형태로 공개해야 할 수도 있다. 드물게는 protected 필드로 공개해야 할 수도 있다. java.util.AbstractList의 removeRange 메서드를 예로 살펴보자.

protected void removeRange(int fromIndex, int toIndex)

fromIndex(포함)부터 toIndex(미포함)까지의 모든 원소를 이 리스트에서 제거한다. toIndex 이후의 원소들은 앞으로 (index만큼씩) 당겨진다. 이 호출로 리스트는 'toIndex - fromIndex'만큼 짧아진다. (toIndex == fromIndex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이 리스트 혹은 이 리스트의 부분리스트에 정의된 clear 연산이 이 메서드를 호출한다. 리스트 구현의 내부 구조를 활용하도록 이 메서드를 재정의하면 이 리스트의 부분리스트의 clear 연산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Implementatiomn Requirements: 이 메서드는 fromIndex에서 시작하는 리스트 반복자를 얻어 모든 원소를 제거할 때까지 ListIterator.next와 ListIterator.remove를 반복 호출하도록 구현되었다. 주의: ListIterator.remove가 선형 시간이 걸리면 이 구현의 성능은 제곱에 비례한다.

Prameters:
fromIndex 제거할 첫 원소의 인덱스
toIndex 제거할 마지막 원소의 다음 인덱스

List 구현체의 최종 사용자는 removeRange 메서드에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이 메서드를 제공한 이유는 단지 하위 클래스엥서 부분리스트의 clear 메서드를 고성능으로 만들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removeRange 메서드가 없다면 하위 클래스에서 clear 메서드를 호출하면 (제거할 원소 수의) 제곱에 비례해 성능이 느려지거나 부분리스트의 메커니즘을 밑바닥부터 새로 구현해야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속용 클래스를 설계할 때 어떤 메서드를 protected로 노출해야 할지는 어떻게 결정할까? 안타깝게도 정해진 규치은 없다. 심사숙고해서 잘 예측해본 다음, 실제 하위 클래스를 만들어 시험해보는 것이 최선이다. protected 메서드 하나하나가 내부 구현에 해당하므로 그 수는 가능한 적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너무 적게 노출해서 상속으로 얻는 이점마저 없애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상속용 클래스를 시험하는 방법은 직접 하위 클래스를 만들어보는 것이 '유일'하다. 꼭 필요한 protected 멤버를 놓쳤다면 하위 클래스를 작성할 때 그 빈자리가 확연히 드러난다. 거꾸로, 하위 클래스를 여러 개 만들 때까지 전혀 쓰이지 않는 protected 멤버는 사실 private이었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경험상 이러한 검증에는 하위 클래스 3개 정도가 적당하다. 그리고 이 중 하나 이상은 제3자가 작성해봐야 한다.

널리 쓰일 클래스를 상속용으로 설계한다면 여러분이 문서화한 내부 사용패턴과, protected 메서드와 필드를 구현하면서 선택한 결정에 영원히 책임져야 함을 잘 인식해야 한다. 이 결정들이 그 클래스의 성능과 기능에 영원하 족쇄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상속용으로 설계한 클래스는 배포 전에 반드시 하위 클래스를 만들어 검증해야 한다.

또한, 상속하려는 사람을 위해 덧붙인 설명은 단순히 그 클래스의 인스턴스만 만들어 사용할 프로그래머에게는 필요 없는 군더더기일 뿐이다.

상속을 허용하는 클래스가 지켜야 할 제약이 아직 몇 개 남았다. 상속용 클래스의 생성자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재정의 가능 메서드를 호출해서는 안 된다. 이 규칙을 어기면 프로그램이 오작동 할 것이다. 상위 클래스의 생성자가 하위 클래스의 생성자보다 먼저 실해되므로 하위 클래스에서 재정의한 메서드가 하위 클래스의 생성자에서 초기화하는 값에 의존한다면 의도대로 동작하지 않을 것이다.

private, final, static 메서드는 재정의가 불가능하니 생성자에서 안심하고 호출해도 된다.

Cloneable과 Serilzable 인터페이스는 상속용 설계의 어려움을 한층 더해준다. 둘 중 하나라도 구현한 클래스를 상속할 수 있게 설계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좋지 않은 생각이다. 그 클래스를 확장하려는 프로그래머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우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페이스들을 하위 클래스에서 구현하도록 하는 특별한 방법도 있다. 따라서 상속용 클래스에서 Cloneable이나 Serializable을 구현할지 정해야 한다면, 이들을 구현할 때 따르는 제약도 생성자와 비슷하다는 점에 주의하자. 즉, clonereadObject 모두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재정의 가능 메서드를 호출해서는 안 된다. readObject의 경우 하위 클래스의 상태가 미처 다 역직렬화되기 전에 재정의한 메서드부터 호출하게 된다. clone의 경우 하위 클래스의 clone 메서드가 복제본의 상태를 수정하기 전에 재정의한 메서드를 호출한다. 어느 쪽이든 프로그램 오작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clone이 잘못되면 복제본뿐 아니라 원본 객체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재정의한 메서드에서 원본 객체의 깊숙한 내부 자료구조까지 복제본으로 완벽히 복사됐다고 가정하고 복제본을 수정했다고 하자. 그런데 사실은 clone이 완벽하지 못했어서 복제본의 내부 어딘가에서 여전히 원본 객체의 데이터를 참조하고 있다면 원본 객체도 피해를 입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Serializable을 구현한 상속용 클래스가 readResolve나 writeReplace 메서드를 갖는다면 이 메서드들은 private이 아닌 protected로 선언해야 한다. private으로 선언한다면 하위 클래스에서 무시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상속을 허용하기 위해 내부 구현을 클래스 API로 공개하는 예 중 하나이다.

이제 클래스를 상속용으로 설계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들고 그 클래스에 안기는 제약도 상당함을 알았다. 절대 가볍게 생각하고 정할 문제가 아니다. 추상 클래스나 인터페이스의 골격 구현(아이템 20)처럼 상속을 허용하는 게 명백히 정당한 상황이 있고, 불변 클래스(아이템 17)처럼 명백히 잘못된 상황이 있다.

그렇다면 그 외의 일반적인 구체 클래스는 어떨까? 전통적으로 이런 클래스는 final도 아니고 상속용으로 설계되거나 문서화되지도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ㅇ 좋은 방법은 상속용으로 설계하지 않은 클래스는 상속을 금지하는 것이다. 상속을 금지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둘 중 더 쉬운 쪽은 클래스를 final로 선언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 선택지는 모든 생성자를 private이나 package-private으로 선언하고 public 정적 팩터리를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정적 팩터리 방법은 내부에서 다양한 하위 클래스를 만들어 쓸 수 있는 유연성을 주며, 이와 관련해서는 아이템 17에서 다뤘다. 둘 중 어느 방식이든 좋다.

이 조언은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그 동안 수많은 프로그래머가 일반적인 구체 클래스를 상속해 계층, 통지, 동기화, 기능 제약 등을 추가해왔기 때문이다. 핵심 기능을 정의한 인터페이스가 있고, 클래스가 그 인터페이스를 구현했다면 상속을 금지해도 개발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Set, List, Map이 좋은 예이다. 아이템 18에서 설명한 래퍼 클래스 패턴 역시 기능을 증강할 때 상속 대신 쓸 수 있는 더 나은 대안이라 하겠다.

구체 클래스가 표준 인터페이스를 구현하지 않았는데 상속을 금지하면 사용하기에 상당히 불편해진다. 이런 클래스라도 상속을 꼭 허용해야겠다면 합당한 방법이 하나 있다. 클래스 내부에서는 재정의 가능 메서드를 사용하지 않게 만들고 이 사실을 문서로 남기는 것이다. 재정의 가능 메서드를 호출하는 자기 사용 코드를 완벽히 제거하라는 말이다. 이렇게 하면 상속해도 그리 위험하지 않은 클래스를 만들 수 있다. 메서드를 재정의해도 다른 메서드의 동작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클래스의 동작은 유지하면서 재정의 가능 메서드를 사용하는 코드를 제거할 수 있는 기계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각각의 재정의 가능 메서드는 자신의 본문 코드를 private '도우미 메서드'로 옮기고, 이 도우미 메서드를 호출하도록 수정한다. 그런 다음 재정의 가능 메서드를 호출하는 다른 코드들도 모두 이 도우미 메서드를 직접 호출하도록 수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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